기억의 부채

위대한 여정에는 길뿐 아니라 향기가 있고, 목적지뿐 아니라 맛이 있다고 합니다. 에트나와 붉은 말 일리도르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무엇을 보았는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에트나는 부채를 펼쳤습니다. 종이와 기억, 그리고 뭐라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무언가로 만든 부채였습니다. 부챗살마다 음료가 하나씩, 음료마다 한 순간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것은 연기와 소금 냄새를, 어떤 것은 딸기와 봄의 향기를 품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제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 같은 맛이고, 또 하나는 미지로 내딛는 한 걸음 같습니다. 그다음 것은 어쩌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기억 같습니다. 이 부채는 메뉴가 아니라 하나의 길입니다. 논리로는 걸을 수 없고, 오직 마음으로만 걸을 수 있습니다. 칵테일을 고르는 것은 맛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이야기를 펼치는 일입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일어났던 이야기이자, 이제 여러분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10가지 메뉴 · ฿400

푸껫 방타오 ETNA 레스토랑의 기억의 부채: 10가지 메뉴, ฿400. 매일 9:00–00:00 영업합니다. 테이블 예약: +66 92 279 4646.

시그니처 칵테일

ASTER

ASTER฿400

Bulldog 진 / 딸기 소주 / 라벤더 | ABV 9.5%. 꽃이 만발한 언덕 끝자락에서 에트나는 라벤더 사이에 잘 익은 딸기가 숨어 있는 정원을 발견했습니다. 고요함이 어찌나 짙은지, 공기마저 에트나와 함께 숨 쉬듯 살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에트나는 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눈을 감은 채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라벤더 향기가 따뜻한 담요처럼 그녀를 감쌌습니다. 부드럽고 다정한, 어머니의 품 같은 향기였습니다.

SOLARA

SOLARA฿400

Tito's 보드카 / 바질 / 갈랑갈 / 소다 | ABV 10.5%. 어느 날 에트나와 일리도르는 햇볕이 땅을 태우고 사람들이 웃는 법을 잊어버린 메마른 계곡에 이르렀습니다. 에트나는 빛의 고대 여신 솔라라를 불렀습니다. 솔라라는 눈부신 빛과 함께 나타나 싱그러운 향이 가득한 바질과 뿌리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에트나는 그것으로 긴 더위 끝의 첫 숨처럼 시원하고 맑은 음료를 만들어, 처음 지나가던 사람에게 건넸습니다. 그는 한 모금 마시더니 허리를 펴고 조용히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계곡의 사람들이 미소 짓기 시작했습니다. 솔라라는 떠났지만, 사람들의 목소리 속에 남았습니다.

JOLIE

JOLIE฿400

Matusalem Platino 럼 / 패션프루트 & 오렌지 / Aperol / 스파클링 와인 | ABV 13%. 계곡이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 차자, 에트나는 이제 다시 길을 떠날 때라고 느꼈습니다. 바람은 음악이 끊이지 않는 섬에 대해 속삭였습니다. 에트나는 일리도르의 등에 올랐고, 둘은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른 채 떠났습니다. 그 섬의 춤과 노래 사이에서 누군가 빛과 과일이 가득 담긴 잔을 건넸습니다. 일리도르는 북소리에 맞춰 발을 디뎠고, 에트나는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에트나는 그 느낌을 기억했고, 그 맛을 한 모금에 담아 간직했습니다.

ALMA

ALMA฿400

Bulldog 진 / 라즈베리 / 고수 / 밀크 우롱 | ABV 14%. 섬을 지나자 길은 더 깊은 곳으로 이어졌습니다. 즐거움은 뒤에 남았고, 에트나와 일리도르가 멀리 갈수록 공기는 무거워졌습니다. 소리마저 사라지는 듯한 안개 낀 협곡에서 에트나는 나뭇잎으로 지은 쉼터를 발견했습니다. 그곳에는 차를 앞에 둔 한 여인이 앉아 있었고, 그 눈빛은 산보다 오래되어 보였습니다. 여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에트나 앞에 잔을 놓았습니다. 흙내음과 부드러운 우유 맛에 은은한 향신료가 스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의 기억 같은 맛이었습니다. “이것은 네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의 맛이란다.” 여인이 말했습니다. 에트나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 왜 가슴이 따뜻해졌는지 묻지 않은 채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YARILO

YARILO฿400

Matusalem Platino 럼 / 딸기 / 시소 | ABV 15%. 협곡에서 잠이 든 에트나는 딸기와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이 가득한 정원에서 눈을 떴습니다. 해가 막 떠오르고 있었고, 공기는 부드러운 웃음처럼 살갗을 간지럽혔습니다. 그곳에 젊은 신 야릴로가 있었습니다. 맨발에, 손에는 주스를 들고 입술에는 시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야릴로는 에트나에게 딸기를 먹여 주며 웃었고, 그 목소리에 생명력이 넘쳐 에트나는 얼마나 오래 걸어왔는지도 잊었습니다. 에트나가 떠날 때 그녀의 손에는 잔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시소 향과 따스한 무언가의 달콤한 여운이 깃든 음료였습니다. 그리고 그녀 안에서 봄이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YUMA

YUMA฿400

Jose Cuervo Tradicional 데킬라 / 메스칼 / 파인애플 / 세이지 / 소금 | ABV 17%. 숲이 점점 울창하고 습해지자, 에트나는 아주 오래된 무언가에 다가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나뭇잎이 머리 위로 높이 솟은 빈터에 유마가 서 있었습니다. 맨발로 땅을 단단히 딛고 선, 붉은 점토빛 피부의 여인이었습니다. 유마는 잔에 과일과 소금, 향신료를 던져 넣었습니다. “이건 머무는 이들을 위한 거예요.” 유마가 말했습니다. 뜨겁고 매콤하며 깊은 맛, 음악 없는 춤 같은 맛이었습니다. 그 맛은 에트나 안에 말이 필요 없는 온기를 지폈습니다.

CARMINE

CARMINE฿400

피스코 / 재스민 / 백도 / 아마레토 | ABV 18%. 하루가 길게 이어지자 일리도르의 걸음도 느려졌습니다. 그렇게 둘은 살구나무 아래 버려진 사원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에는 흰옷을 입은 소녀가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일리도르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가, 집으로 돌아가듯 소녀에게 걸어갔습니다. 그들은 재스민과 복숭아, 아몬드를 우린 음료를 마셨습니다. 맑고 따뜻한 맛이었습니다. 소녀는 사라졌습니다. 일리도르는 주둥이로 에트나의 어깨를 살며시 건드렸습니다. 그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MALAI

MALAI฿400

Kosapan 재스민 진 / 파인애플 / 향신료 | ABV 17%. 들판에는 꿀과 흙먼지, 햇볕에 데워진 꽃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일리도르가 다시 걸음을 늦추자, 에트나는 중요한 곳에 다다랐음을 느꼈습니다. 들판 한가운데에는 옅은 빛깔의 천을 두르고 해 질 녘 하늘빛 눈을 한 정령이 서 있었습니다. 정령은 말없이 에트나에게 파인애플과 재스민 한 줌을 건넸습니다. 그 음료는 바람 속 햇살처럼 부드럽고 금빛으로 빛났습니다. 에트나가 한 모금 마시자, 마음 깊은 곳에서 어린 시절로 통하는 문이 조용히 열렸습니다.

CENOTE

CENOTE฿400

Bulldog 진 / 오바(시소) / 레몬그라스 | ABV 21%. 김이 피어오르는 열대 숲을 지나 둘은 바위 사이에 숨은 샘에 이르렀습니다. 물은 현처럼 맑게 울렸습니다. 에트나가 두 손으로 물을 떠 올리자 모든 것이 고요해졌습니다. 시원하고 살짝 쌉싸름하며,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맛이었습니다. 에트나는 일리도르를 바라보았고, 이제 앞길이 한결 가벼워지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숲은 물러섰고, 길은 앞으로 이어졌습니다.

IGNIS

IGNIS฿400

Bulldog 진 / Campari / 파프리카 & 딸기 | ABV 22.5%. 지도는 끝나 가고 있었습니다. 에트나와 일리도르는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대장간에 이르렀습니다. 일리도르는 문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안에는 키가 크고 온몸에 그을음을 뒤집어쓴, 이글거리는 숯 같은 눈을 한 대장장이가 서 있었습니다. 그는 말없이 잔을 건넸습니다. 음료는 쌉싸름하고 알싸했으며, 딸기 맛이 번뜩 스쳤습니다. 에트나가 잔을 비우자 가슴속에 살아 있는 불이 타올랐습니다. “너는 스스로를 단련해 냈구나.” 대장장이가 말했습니다. 에트나는 밖으로 나섰습니다. 여정은 끝났습니다.

모든 가격은 봉사료 10%와 부가세 7% 별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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